꼬리가 나는 기록

2018년 12월 6일 목 오전 5:14



어느 날 먹은 감은 갑자기 꼬리를 뎅강

잘라내었다 일절 꼬리가 자라는 병이 없던 사람처럼



어느 날 먹은 새벽에는 꼬리가 자라지 않고 덥석 붙었다 나는 꼬리를 끌고 백혈구가 화를 내는 미열 속에서 과거를 헤집고



찾았어 머리카락솜 이불처럼 끔찍한 얼굴 위에 다정한 것들을 꼬리에 덮어주려다 글쎄 글쎄, 난 모르겠어



또 내일이 오고 어느 날 먹은 약도 오면 너도 밤도 아름다움도 익은 도토리 톡 떨어질텐데



꼬리는 커튼을 쳐주길 원했고 난 모차르트 부적을 베개에 끼워넣은 채 곤히 잠을 잤어

사랑을 하려던 꼬리는 해를 먹고

⠀⠀ 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종량제 봉투에 넣어 담벼랑에 버려졌네 그 때 머리 위에 열린 것은 해보다 붉은 석류였어 꼬리가 사라진 세상은 하데스일까 혹은 타오르는 삶일까 나는 석류를 따지 않았어

아직 아침이 있잖아 잠시 더 자유롭고 싶었던 거야



가을을 걷는 것은 너무 많은 유혹에 시달리는 것 모나지 않은 열매들이 음표처럼 흐르는 대기를 피해 거리로 나아갔어 네모난 버스를 독주악기로 둔 빨강 초록의 지휘자로부터 써늘한 공기의 악보를 받았어 곧 가을도 무색하려 하오... 겨울을 대비하시오... 악보 마지막 장에 첨부한 것은 어느 날 죽은 꼬리 하나



나는 끝없이 꼬리를 죽이며 살아야 하는 계절 속에 있어

이 가을을 보내며 생의 끝에 선 열매들이 물어와

너는 삶에서 죽음을 낳고 버리는 자니? 아니면 죽음에서 삶을 예술하는 자니? 네 사랑은 어디에 떨어졌니? 삶에서 죽었니, 죽음에서 살아있니? 그 꼬리는 삶? 혹은 죽음? 너는?

겨울의 너는 어떤 씨앗이니?



나는 몸으로 도망갔어 내 몸은 지난 밤부터 아침까지를 통 몰랐대 나만 자꾸 담벼랑을 돌아 보았지 '장사를 지내줄까?' 왜냐면 꼬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할 뿐이잖니

몸은 뛰어가 횡단보도를 건넜어 '저문 그의 장사 말야'

몸은 바닥을 기어가 은행 한 알을 마음에 먹였어

⠀⠀⠀ ⠀⠀ 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⠀ ⠀⠀"난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오늘은 감을 따러 갈 거야"